반복되는 꿈은 낮에 외면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아침에 깬 뒤에도 특정한 꿈 장면이 계속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그 꿈이 미래를 예언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현실에서 충분히 느끼지 못했거나 내 안에 있는 줄 미처 몰랐던 감정과 이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괜찮다고 넘겼던 모욕감이나 이별의 슬픔이 밤에 꿈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꿈에는 모욕을 준 사람이나 헤어진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실제로 있었던 일 대신 다른 사건이 나오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는 꿈에는 모두 숨은 뜻이 있을까요?

모든 꿈에 숨은 뜻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 본 영상, 몸의 감각, 일상의 기억도 꿈의 재료가 됩니다. 다만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거나 꿈에서 느낀 감정이 오래 남는다면, 그 감정이 현실의 어떤 경험과 닮았는지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억압하거나 따로 떼어놓은 감정은 정말 사라질까요?

억압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밀어내고, 그런 마음은 없는 것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원래는 느끼고 겪어야 할 감정인데, 느끼면 고통스러우니까 안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화나지 않았어’라고 말해도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몸의 긴장이나 꿈의 장면처럼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분열은 사랑과 미움처럼 서로 부딪히는 감정을 함께 인정하지 못하고, 둘로 갈라 따로 떼어놓는 방식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면, 낮에는 사랑만 인정하고 밤에는 그 사람을 공격하는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그런 꿈을 꾸었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꿈은 깨어 있을 때 받아들이지 못한 미움이 내 안에 있다는 단서입니다.

꿈은 한쪽으로 치우친 낮의 태도를 어떻게 보완할까요?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은, 깨어 있을 때의 태도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꿈이 그 반대쪽을 보여 주어 균형을 되찾으라고 알려 준다고 보았습니다. 낮 동안 강한 사람처럼 행동하며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꿈에서는 반대로 길을 잃거나 누군가에게 쫓길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늘 무력하다고만 느끼며 지냈다면, 꿈에서는 반대로 내가 모든 사람을 지휘하는 인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꿈에서 한 대로 현실에서도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꿈에서 도망쳤으니 실제로도 도망쳐야 한다’고 해석하면 꿈을 따라야 할 명령으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낮에 강한 척한 나와 꿈에서 쫓기며 두려워한 나를 함께 놓고 보아야, 지금 내 상태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꿈에 나온 상징의 뜻은 어디서 먼저 찾아야 할까요?

뱀이나 물처럼 자주 등장하는 상징을 하나의 뜻으로 고정하면 해석은 쉬워 보이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꿈에 똑같이 개가 나와도, 어떤 사람에게는 보호자를, 다른 사람에게는 어린 시절 개에게 물렸던 공포를 떠올리게 합니다. 상징의 의미는 꿈을 꾼 사람의 경험과 현재 상황 안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융은 마음속에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분을 무의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한 사람의 경험에서 생긴 것 말고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이것을 집단무의식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문화에서 비슷한 이미지와 주제가 되풀이되는 것도 이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융은 이 집단무의식에 잔인하고 원시적인 면도 들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꿈에 음산하고 원시적인,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상징이 나오면 집단무의식의 영향을 받은 꿈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이 나왔거나 꿈이 유난히 강렬했다고 해서 곧바로 집단무의식에서 올라온 꿈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그 장면을 보며 느낀 감정과 개인적인 기억을 살펴야 합니다.

꿈을 해석하기 전에 무엇을 적고, 무엇과 비교해 볼까요?

잠에서 깨면 줄거리를 완성하려 하지 말고 기억나는 장면, 인물, 장소, 감정을 그대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어두운 복도에서 문을 찾았다. 조급했고 숨이 막혔다’처럼 꿈에서 본 것과 느낀 것을 나누어 기록하면 됩니다.

그다음 현실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일을 찾아봅니다. 꿈에서 조급하고 숨이 막혔다면, 회사에서 결정을 미루고 있는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삼켰는지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의미를 억지로 만들기보다 반복되는 감정과 현실의 사건을 비교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꿈이 두렵거나 현실감이 흔들릴 때는 그 꿈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꿈 때문에 잠을 피하거나, 꿈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느끼거나, 깨어 있는 동안에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혼자 깊이 해석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징의 의미를 찾는 일이 아니라 수면과 일상을 회복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일입니다.

두려운 꿈을 꾸었더라도, 꿈은 미래를 알려주는 답안지가 아닙니다. 낮에 외면한 감정과 현재의 갈등을 살펴보게 하는 자료입니다. 꿈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깨어 있을 때 인정하지 못했던 내 감정을 알아보고, 그 감정이 현실의 어떤 일에서 왔는지 찾아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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