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 둔 것은 어디에, 어떻게 꺼내 놓으면 될까요?
숨기는 행위 자체가 수치심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감추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일단 드러내 봅시다. 여러분 마음속에 그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숨겨 놓은 게 뭐가 있습니까?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가서 말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분별을 잘해야 해요. 아무한테나 말했다가 더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아니면 익명으로 표현하세요.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세요.
익명으로 올릴 수 있는 공간이라면 감춰 두고 수치스럽게 여겼던 것을 거기에 표현해 보기를 권합니다. 한 번 한다고 해서 짠 하고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그게 우리 마음속에서 작은 불씨가 됩니다.
내 안에 올라오는 생각과 마음을 숨기지 않고 허락해 줄 때는 가볍고 간단하게 생각하세요. “괜찮아, 그런 생각 들 수 있어, 그런 마음 느낄 수 있어” 하고 그냥 허락하면 됩니다.
꼭꼭 감춰 놓은 것을 말하는 데는 사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별거 아닌데 본인에게는 엄청나게 수치스럽고 무겁고 힘든 일이거든요. 익명으로 올려서 아무도 누가 썼는지 모르는데도 본인은 자기 글이 거기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그것조차 힘듭니다.
그러니 한 발 한 발 가세요. 두렵고 힘들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쏟아내지 말고 한 문장, 두 문장, 세 문장, 천천히 가는 겁니다. 처음에는 익명 사이트에 올리고, 그다음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고백해 보세요. 이게 시작이에요. 그렇게 조금씩 표현하면서 자기를 자유롭게 하세요.
혼자서 혼잣말로 털어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감추고 있는 수치심을 드러내는 데는 그렇게 효과가 없어요. 바깥으로 드러내야 효과가 더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익명이라면 누군가에게 욱하는 마음을 쏟아 놓아도 될까요? 우리 마음에는 교활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오래전 치유 공동체를 시작할 때, 정직하고 진실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나눠야 한다고 했더니 그 말을 빌미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익명으로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가 비난하는 그 사람이 그 글을 볼 수 있는 곳에 막 던져 버리는 것은, 마음이 평온을 찾아가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닐 겁니다.
약함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그걸 이용하지 않을까요?
부족하고 못난 부분을 얘기했을 때 누가 그걸 가지고 놀리면 어떡하나, 사실 그게 두려운 거잖아요. 그렇게 놀린다면 그 사람들이 문제인 거지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자기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드러내면 공동체나 개개인이나 대체로 그것을 메꿔 주고 도와주고 보호해 주려고 합니다. 그걸 가지고 이용해 먹으려고 하지 않아요. 이게 기본적인 사람의 성품입니다. 관계도 굉장히 좋아집니다.
반대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강해지려고 하고, 더 똑똑해지려고 하고, 말을 더 많이 하려고 하면 관계가 더 안 좋아집니다.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은 더 안 와요. “제가 부족합니다, 이런 게 약합니다” 하고 진실되게 말할수록 사람들이 정말 들어 줍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관심 받고 싶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이 같은 마음이긴 하지만 괜찮아요. 인정받고 관심 받고 싶은 마음, 좋습니다. 그걸 많이 받으세요. 많이 받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나의 부족함을 고백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힘을 주는 말을 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다만 진실되게 해야 합니다. 가식은 누구나 다 압니다. 모르는 것 같아도 사람에게는 직감이 있어서 내가 아닌데 그런 척하고 멋지게 말해 보려고 하면 안 통합니다. 절대로 안 통해요.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해 왔을 수는 있습니다. 그걸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해서, 얻을 수 있는 길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할까요?
감추고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면 수치심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어떤 일에 수치심이 드는지 생각해 보면 내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서서히 가세요. 급하게 하다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감당할 만한 정도로, 자기 속도에 맞게 천천히 가야 부작용이 안 생깁니다.
내가 감추고 있는 것이 있다면 조금씩 열어 보세요. 그리고 내가 숨기고 감추려는 그것 때문에 오히려 수치심에 발목이 잡혀 있구나,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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