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이기심과 질투, 공격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절대로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규정하면 이런 감정이 생겼을 때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비꼬는 말이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혐오로 나타납니다.
나를 착한 사람으로만 여기면 왜 내 질투와 분노를 알아차리지 못할까요?
햇빛이 비치면 환하게 드러나는 면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생깁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집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잘나고 멋진 모습만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꾸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라는 밝은 면을 세게 내세울수록, 그와 맞지 않는 질투와 분노는 내 눈에 더 보이지 않게 됩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칼 융은 이런 내 모습을 그림자라고 불렀습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해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무의식)으로 밀어낸 모습입니다. 그림자는 악한 본성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착해야 했던 사람이 억눌러온 단호함처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도 그림자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림자를 부정하면 왜 남에게서 같은 모습을 볼 때 유난히 화가 날까요?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욕심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유난히 화를 낼 수 있습니다. 자기에게는 허락하지 않은 욕심을 상대가 드러내면, 자기 안에 눌러 둔 같은 마음이 건드려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가 정말로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 화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 반응이 그 일에 비해 훨씬 크고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되풀이된다면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내가 나에게 금지해 둔 모습을 저 사람에게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밀어낸 내 모습은 꿈에서 어떻게 나타날까요?
융은 내가 스스로 가려 둔 모습, 곧 그림자를 알아보는 길로 꿈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꿈에서 나를 쫓는 낯선 사람이나 규칙을 어기는 인물은 현실에서 인정하지 않은 감정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물을 곧바로 내 그림자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인물이 현실의 어떤 감정과 이어져 있는지 알려면, 꿈에서 그 인물을 보며 느낀 감정과 현실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건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꿈을 기록할 때는 상징 사전에서 뜻을 찾기보다 장면과 감정을 적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검은 옷의 남자가 따라왔다’는 장면만 적지 말고 ‘도망치면서도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했다’는 감정까지 적어 둡니다. 상징 사전에 나온 뜻보다, 꿈속에서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지금 내 마음을 알아보는 데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깊은 해석보다 무엇을 먼저 붙잡아야 할까요?
꿈과 상징에 몰두하면서 일상생활이 무너지거나, 모든 우연이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진다면 해석을 멈춰야 합니다. 수면과 식사, 일과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난 일과 내 머릿속 생각을 구분하는 힘(현실 검증)을 되찾아야 합니다.
무의식을 다룬다는 것은 신비한 의미를 더 많이 찾는 일이 아닙니다. 내 감정과 행동을 지금 내 삶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함께 놓고 살피고 그 가운데 내가 책임져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일입니다. 이 일은 지금 내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해야 합니다.
그림자를 인정하면 감정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림자를 인정한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을 허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나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나에게도 상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사실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마음에 이름을 붙여 두면, 그 마음대로 행동할지 말지를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있는 줄 모르는 마음은 선택할 틈도 없이 비꼬는 말 같은 행동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 질투하거나 화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할수록 그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내 안의 질투와 분노를 인정하면, 상대를 깎아내리는 식으로 돌려 말하지 않고 ‘나도 인정받고 싶다’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안의 공격성을 알아차리면, 그 힘을 상대를 모욕하는 데 쓰지 않고 ‘여기까지는 안 된다’고 경계를 세우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그림자를 인정하며 산다는 것은 밝은 성격만 키우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자랑하고 싶은 모습과 숨기고 싶은 모습을 함께 알고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책임지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림자가 사라지지는 않아도 이제 몰래 나를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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