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 말해도 경계를 넘는 사람에게 필요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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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없이 방문을 열고, 보지 말라고 한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실수하고 멈추는 것과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되풀이하는 것은 다릅니다.

경계를 반복해서 넘는 것은 사소한 버릇일까요?

남이 내 몸에 손대는 것, 내 방에 들어오는 것, 내 휴대전화를 보는 것,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캐묻는 것은 모두 내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여기까지는 내가 결정한다’고 할 수 있는 범위를 경계라고 합니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내 동의 없이 이런 일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상대가 계속 경계를 넘는다면, 그것은 사소한 버릇이 아니라 내가 결정할 권리, 곧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불안을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사람은 왜 남을 혼자 두지 못할까요?

내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면 버림받은 것처럼 느껴 불안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이 불안을 스스로 견디지 못해, 내 방문을 열고 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내가 자기를 떠나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경계를 넘는 일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도 일어납니다. 내가 부탁하지도 않은 일을 대신 처리해 버리는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해서 남의 경계를 넘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와주려는 마음이 선해도 내가 스스로 정할 일을 대신 정해 버리면 그 도움은 나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통제가 됩니다. 불안해서였든 도와주고 싶어서였든, 그런 마음이 든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경계를 넘은 책임은 넘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감정이 자주 바뀌면 경계선 성격장애일까요?

남의 경계를 자꾸 넘고 기분도 자주 바뀌는 사람을 보면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말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정신과에서 쓰는 진단명의 하나입니다. 이 진단을 받는 사람은 마음이 자주 바뀌고 감정 기복이 큰 편입니다. 또 나와 남 사이의 선이 분명하지 않아, 남의 방문을 벌컥 열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캐묻는 식으로 남이 지키고 싶어 하는 거리를 그냥 넘어 들어가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있다고 해서 모두 경계선 성격장애인 것은 아닙니다. 기분이 자주 바뀌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는 모습은 잠이 부족할 때,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큰 충격을 겪은 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가지 행동만 보고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진단명을 붙여서는 안 됩니다.

진단명보다 되풀이되는 행동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어제 허락한 일을 오늘은 안 된다고 마음을 바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이 함께 정한 약속을 그 사람이 나와 상의 없이 바꿔 버리고 내가 싫다고 해도 무시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곁에 있는 나는 어디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싸움이 잦아지고 늘 불안해서 마음의 평화가 깨집니다. 그러니 진단명을 따지기보다 이런 행동이 관계에 주는 피해를 문제로 삼아 다뤄야 합니다.

경계는 부탁만으로 지켜질까요?

‘그러지 말아주세요’는 부탁입니다. 부탁은 들어줄지 말지를 상대가 정합니다. 그래서 부탁만 되풀이하면 멈출지 말지는 여전히 상대가 정하게 됩니다. ‘노크 없이 들어오면 문을 잠그겠습니다’, ‘고함을 치면 대화를 중단하고 자리를 뜨겠습니다’처럼 상대가 경계를 넘었을 때 내가 실행할 행동을 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한 행동은 상대에게 벌을 주려는 협박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문을 잠그는 것은 내 방을 지키는 일이고 자리를 뜨는 것은 고함을 더 듣지 않으려는 일입니다. 지키지 못할 큰소리를 치기보다 작더라도 말한 것은 실제로 해야 합니다. 침범이 반복될수록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도움을 청할 때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알려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계를 계속 무시하는 사람에게는 설명보다 무엇이 먼저일까요?

대화를 충분히 하면 상대가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같은 설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번 분명히 말했는데도 침해가 계속된다면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상대가 내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기보다 앞에서 정한 행동을 실제로 하면서 거리를 두고 나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스토킹이나 협박, 신체적 위협이 있거나, 돈을 쥐고 내가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경제적 통제가 있다면 혼자 설득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경찰이나 상담 기관 같은 전문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움을 받아 상대가 나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경계의 목적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바뀌지 않아도 나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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