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한 번 놀아주지 못한 것도 학대일까요?
부모도 피곤하고 아플 수 있으며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에는 아이의 요구를 바로 들어주지 못합니다. ‘오늘은 너무 지쳐서 오래 놀 수 없어. 십 분만 함께하고 내일 다시 하자’고 설명하고 약속을 지킨다면, 아이는 실망하면서도 관계가 끊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한 번의 거절보다 아이의 감정과 필요가 오랫동안 반복해서 무시되는 상황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말을 거는 아이에게 대꾸하지 않고 늘 화면만 보고, 우는 아이를 귀찮다고 밀어내고,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를 유난스럽다고 비웃는 일이 계속된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아이는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때리거나 혼내야만 학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리지 않아도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는 일이 계속되면 그것도 학대입니다. 이것을 정서적 방임이라고 합니다. 정서적 방임을 겪는 아이는 혼자 노는 시간을 허전해하고 화를 참느라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처는 당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마음의 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알아차려야 합니다.
장난감과 영상 대신, 바쁜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좋은 장난감을 사주거나 영상을 틀어 주는 것은 잠시 시간을 채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눈을 맞추고, 자신의 말에 반응해 주며, 속상하거나 화날 때 마음을 함께 가라앉혀 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놓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놀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행동할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아이 곁에 와서 함께 있어 주면 됩니다. 숙제를 같이 봐 주고,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고, 자전거를 탈 때 같이 나가 주는 것이 바로 함께 있어 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바쁜 날에는 지금은 안 된다는 것과 언제 함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지금 설거지를 끝내고 여덟 시에 책 한 권 읽자’고 약속하고 실제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네가 기다렸는데 내가 놓쳤구나. 미안해’라고 인정하고 다시 시간을 정하면 됩니다. 약속을 한 번도 어기지 않는 완벽함보다 어긴 뒤에 인정하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나요?
관심을 받으려고 더 크게 떼를 쓰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더 크게 떼를 쓰는 것은 ‘나를 봐 달라’는 뜻입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괜찮다’고 단정하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속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잠을 못 자거나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고 자주 아프다고 하거나, 좋아하던 활동을 멈추는 변화도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말로 하지 못하는 힘든 마음이 이런 변화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가 ‘사라지고 싶다’, ‘죽는 게 낫다’고 말하거나 자신을 다치게 한 흔적이 있다면 혼낼 일이나 관심을 끌려는 행동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혼자 두지 말고 위험한 물건을 치운 뒤, 곧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아가거나 응급실에 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받아야 합니다.
부모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아이에게 다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의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을 때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지금은 해 줄 수 없거나 해 주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오늘 해 주지 못한 것이 있다면 다시 시간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킵니다. 그러면 아이는 오늘 못 한 것이 오늘 하루의 일일 뿐,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모가 지쳤다면 다른 보호자나, 아이를 잠시 맡아 돌봐 주는 지역의 돌봄 서비스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너를 위해 내 것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하며 자기 것만 지키는 부모입니다. 다른 하나는 ‘너 때문에 나는 희생해야 해’ 하며 자기를 돌보지 않고 희생하는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자기 몸을 돌보면서도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오는 모습입니다. 지쳐서 쉬거나 바빠서 미룰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라 되풀이될 때, 아이는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웁니다.
Deutsch · Español · 繁體中文 · 日本語 · Français · العربية · 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