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를 말하지 않고 베풀면 사랑이 부담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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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자기 사랑이 부족해서일까요?

자신을 존중하고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는 안 된다는 경계를 분명히 하면 부당한 대우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사랑하면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폭력과 모욕, 착취는 가해자가 선택한 행동이며 피해자의 자존감이 원인이 아닙니다.

자기 비난이 심한 사람은 부당한 일을 겪고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떠나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자기 비난이 위험한 관계에 오래 머물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상대가 한 가해의 책임까지 피해자에게 옮길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데 주변에서 ‘자기 사랑부터 점검해 보라’고 한다면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먼저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어 그 행동이 더는 이어지지 않게 하고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기대가 있는 사랑은 모두 조종일까요?

관계를 힘들게 하는 것은 함부로 대하는 일만이 아닙니다. 잘해 주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는 서로 주고받기를 바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친구를 도왔으면, 내가 어려운 날에는 그 친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 주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부부도 서로 돌봄을 나누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고 협의하는 것은 조종이 아닙니다.

대가를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속으로만 ‘내가 이렇게 해 줄 테니까 너는 이렇게 나한테 해 줘’ 하고 정해 두고 주면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대가를 숨겨 두면 그 도움에는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조종이 들어갑니다. 말은 하지 않았어도 그 기대는 상대에게 전해집니다. 그래서 받는 사람은 선물이 아니라 갚아야 할 빚을 받은 것처럼 느끼고 도움을 받고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쁩니다. 겉으로는 잘해 주니까 ‘저 사람은 나한테 잘해 주는데 나는 왜 기분이 나쁘지?’ 하고 혼란스러워집니다. 숨겨 둔 대가는 나중에 말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부탁받지 않은 도움을 준 사람이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왜 내 말을 듣지 않니?’라고 압박하거나, 선물을 거절한 사람을 배은망덕하다고 몰아붙일 때입니다.

선물로 주는 것인지, 대가를 바라는 것인지는 어떻게 밝혀야 할까요?

순수한 선물이라면 상대가 받지 않거나 내가 기대한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아도, 그것은 상대의 선택이니 존중해야 합니다. 대가가 필요한 거래라면 처음부터 조건을 밝혀야 합니다. ‘이번에 내가 아이를 돌볼 테니 다음 주에는 네가 맡아 줄 수 있을까?’ 하고 먼저 물어 합의하면, 두 사람 모두 조건을 알고 나서 할지 말지 정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주기 전에는 세 가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상대에게 그 도움을 원하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물어봅니다. ‘상대가 거절해도 나는 괜찮은가?’ ‘나중에 돌려받기를 바란다면, 그 말을 지금 할 수 있는가?’ 그 말을 지금 하지 못하고 기대만 쌓이면, 상대가 알아서 갚아 주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서운해지고 결국 상대를 비난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은 부담스러운 이유를 어떻게 말하면 될까요?

엄마가 뭘 해 주면서 자꾸 무언가를 바라면, 자녀는 ‘해 주지 마, 엄마. 나 그거 안 받을 거야’ 하고 아예 받지 않으려 하기도 합니다. 그 말 밑에는 이걸 받으면 나도 뭔가를 해 줘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숨어 있습니다. 이럴 때 안 받겠다고만 하지 않고 ‘엄마, 이걸 받으면 나도 뭔가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 하고 그 이유를 말로 꺼낼 수도 있습니다. 주는 사람은 좋은 뜻으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자기 도움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들어야 합니다.

다만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을 때 상대가 폭력을 쓰거나 보복할 것 같은 관계도 있습니다. 그런 관계라면 대화보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상담 기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거리를 두고 필요하면 법적 보호를 요청해야 합니다.

자기 사랑은 무엇이고, 남과 나누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요?

자기 사랑은 모든 관계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직하게 말하고, 상대의 거절을 존중하며, 부당한 대우에는 경계를 세우는 일입니다. 남과 나누는 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희생이 아닙니다. 숨겨 둔 대가 없이 주고 바라는 것이 있으면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관계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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