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작업 노트Inner Work Notes
젊을 때 바쁘다고 넘기던 아픈 기억이 중년이 되어 드라마를 보다 흐르는 눈물로, 새벽마다 떠오르는 오래전 말 한마디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약해져서가 아니라 눌러둔 감정을 이제 들여다보라는 신호입니다.
몇 년 전 장면을 되감으며 ‘그때 다른 말을 했어야 했다’고 자신을 탓해도 다음 선택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 일에서 배운 것을 의식하지 못해 지금 삶에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화가 끝까지 올라오면 오히려 ‘저 사람이 나를 해치려 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내 분노를 나도 모르게 상대 쪽에 던져 놓기 때문입니다.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노크 없이 방문을 열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탁만으로는 멈추지 않는 이유와, 내가 할 행동을 정해 나를 지키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하루를 돌아봤는데 끝에 ‘내가 그렇지 뭐’만 남는다면, 무엇을 원했는지 살피기 전에 ‘이기적이다’라는 판정부터 붙였기 때문입니다.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말이 붙는 순간 성찰은 자기비난이 됩니다.
학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거나 힘든 결혼을 오래 겪으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고통은 죄의 증거가 아니며, 누가 책임져야 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을 때 할 일이 보입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은 사람이 이유 없이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작은 특징이 과거에 나를 힘들게 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면, 근거가 없어도 그 누군가와 같은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떼쓰지 않고 어른의 기분부터 살펴 칭찬받던 아이가 있습니다. 혼나거나 부모가 힘들어질까 봐 참아 온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남의 필요는 빨리 알아차리면서 자기 피로는 늦게 알아차립니다.
모욕하고 통제하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연락이 끊기면 잠을 못 이루고, 다시 연락이 오면 안도합니다. 혼자 남는 공포가 너무 커서, 나를 어떻게 대하든 곁에만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가족을 매일 찾아가 돌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가족이 차라리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도 내가 악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쁜 며느리나 자식이 될까 봐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떠맡아 지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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