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독립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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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듣던 아이가 방문을 닫고 부모 말에 반대하면,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걸까요?

말을 잘 듣던 아이가 방문을 닫고, 부모의 질문에 짧게 답하며, 휴대전화 사용을 두고 다투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부모와 다른 생각을 갖는 것, 그리고 부모에게 다 보여 주지 않는 자기만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은 아이가 자라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품 안에 있던 아이가 커 가면서 말을 안 듣고 부모의 통제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부모는 사실 박수를 쳐야 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독립해 가고 있다는 신호이니,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여기서 독립은 부모와 다른 자기 생각을 갖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때로 부모의 의견에 반대해야 합니다. 모든 일을 보고하고 허락받는 상태에 머물면 자기 판단을 연습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스스로 결정하려 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일을 아이에게 맡겨도 될지, 부모가 막아야 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독립을 존중한다면 규칙은 포기해야 할까요?

사춘기라고 휴대전화와 수면, 학교생활에 관한 모든 기준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가족이 함께 지내는 데 필요한 선을 그을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휴대전화를 일방적으로 압수하고 감시하기보다 얼마나 오래 쓸지, 무엇에 쓸지,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할지를 아이와 함께 정해야 합니다.

지금 아이들의 휴대전화는 옛날로 치면 만화책입니다. 부모도 어릴 때 만화책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었나 싶습니다. 아이 입장도 똑같습니다. ‘스마트폰 하는 게 뭐 그렇게 나쁠까’ 하고 느낍니다. 그런데 부모는 ‘휴대전화는 절대 보면 안 돼’ 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휴대전화를 두고 아이와 씨름하고 싸우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만화책과 똑같이 보고 넘길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의 위험은 더 복잡합니다. 수면 방해와 사이버폭력, 도박성 콘텐츠, 성적 착취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런 위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안전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을 잘 안 하면 걱정해야 할까요?

사춘기 아이가 모든 일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방문을 닫는 정도를 넘어 갑자기 친구와도 연락을 끊고, 방에서 나오지 않으며, 잠과 식사가 무너진다면 독립하는 과정이려니 하고 넘겨서는 안 됩니다. 자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괴롭힘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우울하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한다고 독립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말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하나는 아이가 혼날까 봐 겁내지 않고 부모와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필요할 때 부모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지입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불안할 때, 부모는 무엇을 살피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부모는 아이의 행동만큼 자기 불안도 살펴야 합니다. 이때 부모는 통제력을 잃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품 안에 있던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나가는 것 같아 버림받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 불안은 아이의 행동을 계기로 생기지만 실은 부모 자신의 마음에서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불안이 아이가 잘못해서 생긴 것이라고만 여기면,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찾으려고 캐묻고 지켜보게 됩니다. 그러면 부모의 질문은 아이에게 심문처럼 들리고 부모의 관심은 감시처럼 느껴집니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왜 말을 안 듣니’ 대신 아이가 스스로 하겠다는 일을 두고 ‘이건 왜 네가 직접 정하고 싶어?’ 하고 묻는 것입니다. 아이의 선택이 건강이나 안전을 해칠 만큼 위험하지 않다면 시행착오를 허용하고, 위험하다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하면서 그어 둔 선을 지켜야 합니다.

앞에서 아이가 부모의 통제 밖으로 나가면 박수를 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말을 안 듣는 모든 순간에 박수를 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박수를 칠 순간은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자기 선택을 책임지는 힘이 자라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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