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수록 상대가 더 숨기기 시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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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일을 막으려고 확인할수록 관계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요?

상대가 또 술을 마시거나 거짓말할까 봐 위치를 확인하고 상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계속 캐물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통제가 아니라 위험을 막으려는 행동처럼 느껴집니다. 지난번 일이 반복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확인이 반복되면 상대는 감시받는다고 느끼고 말을 줄이거나 숨기기 시작합니다. 숨김이 늘수록 나는 의심이 맞았다고 생각해 더 확인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행동이 서로를 부추기다 보면, 처음에 걱정하던 그대로 나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상대가 실제로 눈앞에 있게 됩니다.

과거의 두려움은 지금의 관계에서 어떻게 나타날까요?

예측할 수 없는 부모나 중독 문제가 있는 가족과 살았다면,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것만 보면 몸이 먼저 긴장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문을 여는 소리가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표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가슴이 뜁니다. 지금의 상대가 그 가족처럼 행동하지 않았는데도 어릴 때 집에서 겪던 장면이 다시 벌어질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때 불안을 없애려고 상대를 바꾸려고 하면 요구는 끝나지 않습니다. 술을 줄이면 연락 시간이 문제로 보이고 연락을 잘하면 표정과 말투가 문제로 보일 수 있습니다. 불안의 일부가 과거에서 왔다면, 지금 상대의 행동만 바꿔서는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대가 숨기는 것은 모두 불안한 내 탓일까요?

내가 상대를 거짓말할 사람으로 대하면, 상대는 감시받는다고 느껴 자기를 지키려고 말을 줄이고 숨기게 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일을 투사적 동일시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투사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어릴 때 두려워하던 가족의 모습을 지금의 상대에게서 보는 것입니다. 동일시는 상대를 그 가족과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그렇게 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내 의심과 상관없이 원래부터 거짓말을 하거나 폭력을 써 왔다면, 그것까지 내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거짓말로 속이는 일이 되풀이되거나, 중독 문제가 있거나, 협박을 한다면 그것은 상대의 책임입니다. 이때는 내 안전을 지키고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선을 긋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 불안이 과거에서 왔다고 해서 지금의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둘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불안이 올라온 순간, 어떻게 행동을 늦출 수 있을까요?

가슴이 뛴다고 해서 언제나 지금 위험이 왔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일어난 일이 어릴 때 겪은 장면과 조금만 비슷해도 몸은 실제 위험이 왔을 때와 똑같이 반응합니다. 이것을 알면 가슴이 뛰는 채로 가만히 있어 볼 수 있습니다.

곧바로 전화해서 추궁하기 전에 지금 일어난 일과 내 마음을 나누어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락이 두 시간 없었다’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나는 또 버려질 것 같았다’는 연락이 없는 동안 올라온 내 느낌이며, ‘거짓말한다고 결론 내렸다’는 내가 내린 판단입니다.

그다음 계속 캐묻는 대신 실제로 있었던 일을 두고 필요한 질문을 짧게 합니다.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그것도 짧게 말합니다. 실제 위험이 없다면 상대의 답을 기다립니다. 되풀이되는 거짓말이나 중독, 협박 같은 실제 위험이 드러나면, 상대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거리를 둡니다. 이렇게 불안이 올라온 순간 행동을 늦추면, 내가 캐물을수록 상대가 숨기고 상대가 숨길수록 내가 더 캐묻던 관계의 고리가 달라집니다. 이 고리를 바꾸는 것은 상대를 마음대로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오래된 공포가 올라와도 곧바로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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