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작업 노트Inner Work Notes
시험에 붙고도 '채점이 잘못됐을 거야' 하며 믿지 못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릴 때 맞은 것도, 잘한 것도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해치는 끔찍한 생각이 들면 '이런 생각은 절대 해서는 안 돼' 하고 덮어 두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입 밖에 내면 그 행동을 안 하고, 안에 쌓아 둘 때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이것도 못 하냐"는 말이 자꾸 나온다면, 원래 내가 나한테 하던 말일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챙겨주려 할수록 아이가 부딪히고 화내며 자기를 내보일 기회를 잃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집에 오자마자 TV를 켜고 끄지 못하는 것은, 조용할 때 올라오는 외로움과 걱정을 TV 소리로 덮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에 또 서러워지면 ‘아직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회복은 그 감정이 다시 안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그냥 넘기는 드라마 장면에서 나만 유난히 오래 울 때가 있습니다. 내 일로는 충분히 슬퍼하지 못한 슬픔이 화면 속 인물의 사정에 얹혀 나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잘해 주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면, 그 사람이 대가를 속으로만 정해 두고 주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 도움은 선물이 아니라 갚아야 할 빚처럼 느껴집니다.
어릴 때 맞으며 쌓인 분노는 말로 표현되지 못하고 부수고 싶은 충동으로 남았습니다. 폭풍우 치는 바다 앞에서 그 분노를 알아보고, 내가 작은 존재임을 받아들일수록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부모가 말을 거는 아이에게 늘 대꾸 없이 화면만 보고, 우는 아이를 귀찮다고 밀어내면 아이는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거절과 달리 반복된 무시가 왜 상처로 남는지 설명합니다.
직업도 안정적이고 평판도 좋은 사람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는데, 갈등이 예상되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편하고 끌립니다. 마음이 조건보다 어린 시절 몸에 익은 관계 방식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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